집 공간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안방과 작은방의 용도를 바꾸었다.


안방 침대를 작은방으로 옮기고

작은방의 옷들과, 잡동사니를 안방으로 이동


나름 만족하면서도.. 안방보다 환기가 여의치 않은 구조 때문에 

여름 더위에 대한 걱정을 약간 하고 있던중

야심한 시각 갑자기 들리기 시작하는 벽을 울리는 낮은 진동..


처음에는 그럭저럭 참을만 했지만.

하루하루 거듭날수록 그 소리가 점점더 신경쓰이기 시작 했다.

게다가 소리는 더욱더 커져갔다. 

(실제로 커졌을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아내와 나는 컴컴한 방안에 누워  소리의 근원이 어디일지 무척 궁금해 했다.


벽에 귀를 대보기도 하고, 복도에 나가 두리번 거려보기도 했지만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마치 냉장고의 모터의 회전소리와 도 같이 균일하게 윙윙윙 거리는 소리..


온갖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세탁기 일까 - 밤새도록 누가 세탁기를 돌린단 말인가. 

게다가 세탁기는 계속 탈수를 하지 않는 이상

연속적으로 그런 형태의 소음을 내기가 어려웠다.


냉장고 일까 - 가장 가까운 소리라고 판단 되었다. 우리가 작은방으로 옮긴 시점에

옆집에서 작은방 벽쪽에 냉장고를 가져다 두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면 물어보리라..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냉장고의 소리를 들어보면 모터가 계속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소리는 .. 쉬는시간 없이 계속 들렸다.

게다가 낮에는 나지 않다가,, 밤만 되면 계속 들려왔다.

밤에만 냉장고를 켜는걸까..?

 

그러다가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혹시 뭔가 다른 기계를 돌리는건 아닐까..

비밀리에 무언가.. 괴기스런 기계를 가동하는 것일까..

혹시.. 시체를 갈아버리는 커다란 믹서기 소리일까 (ㅋㅋ)


궁금하고, 답답하고, 시끄러워서 미칠것 만 같았다..

방의 구조를 다시 원래대로 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일이 터졌다.


저녁을 먹던 도중. 아내와 나는 살짝 다투었고

둘다 심기가 아주 불편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윙윙윙... 유난히 크게 들리는 소리에 점점 신경질이 났다

불편한 마음으로.. 잠깐 잠들었나 싶었는데


아내가 뒤척이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놀래기도 하고.. 단잠이 깬 것에대해 짜증도 나고

아내도 신경질을 부리면서...

이놈의 수리 시끄럽다고 궁시렁 거렸다.


안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던 나는 짜증이 잔뜩 난 상태로 복도로 나섰다..

슬리퍼를 끌고 아래층 쪽으로 가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리의 진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윗집. 우리가 잠들어 있는 작은방에 불이 켜져 있고

TV의 소리가 시끄럽게 흘러 나오는 가운데 선풍기가 덜덜 거리며 돌고 있었다...

그 하찮아 보이는 진동이 바닥을 타고 벽을 타고 전해져서 

우리방 전체를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히 문을 두드렸지만 시끄러운 tv소리 때문인지 대꾸가 없었고

대신 개가 몇번 짖었다..


새벽 한시.. 


이 야심한 시각에 누가 문을 두드리리라 생각하겠는가.

다시 한번 문을 어러차례 두드리자 

개가 미친듯이 짖었고, 이내 집주인이 알아 차렸다.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자 드디어 선풍기가 꺼졌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웃었다. 

(다행이 저녁때 다투었던 것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별거 아닌것 같은 진동이라도.. 

아주 조용한 시간에는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점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집도.. 잠을 자야 하는 야간에는 

아이가 뛰어다니거나, 장남감을 끌고다니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겠다.


Posted by cheeky_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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